안녕하세요! 오늘은 코딩과는 크게 상관없는 주제를 들고 왔어요! 그건 바로~ 일본 애니메이션 리뷰! (저 오타쿠 아님. 진짜 아님.) 코더는 코딩만 하나요? 아니죠! 취미생활도 해요! 제 취미는 애니메이션 보기가 아니라 NETFLIX!(and chill…?) 여러분도 넷플릭스 보시나요?
살면서 수많은 편의 드라마 에피소드, 수많은 영화, 수많은 명화와 똥들을 봤지만 왜 하필 쓰지도 않던 영상물을 리뷰하는 걸까요? 그야말로 이 애니메이션에 감명받아서인데요. 그 감명은 글쓰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제가 글을 쓰다 보니 더 감성적으로 느낀 것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것이 무엇일지는 계속 읽어봐주세요.
소개할 작품은 제5회 교토 애니메이션 대상 수상작인 『바이올렛 에버가든(VIOLET EVERGARDEN)』이에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데 쿄애니에서 다른 곳에도 퍼블리싱했을지는 모르겠네요. 원작과는 스토리 진행방식, 등장인물 등이 조금씩 다르다고하니 애니메이션을 시청한 후엔 원작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번역이 나오지 않겠죠. 2020년에는 극장판으로도 나올 거라고 해요. 근데 이름이 자꾸 바이올렛 에버그린으로 헷갈리네요.
바이올렛 에버가든 음악앨범인 『VIOLET EVERGARDEN: Automemories』은 미국 iTunes 스토어 에서도 구매할 수 있군요. 가사가 있는 노래는 어디서 구할 수 있으려나요.
『바이올렛 에버가든(VIOLET EVERGARDEN)』 리뷰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사용한 인터넷 시대, 우리는 인간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가장 많은 사람이 가장 많이 글을 쓰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것이 자신만의 일기이든, 클리앙과 루리웹 같은 커뮤니티사이트에 잡담을 쓰거나 혹은 트위터에,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 같은 단문일지라도 정말이지 누구나 글을 생산하고 읽으며 소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우리 같은 블로거는 블로깅을 위해 누구보다도 더 많은 글을 쓴다. 그 블로거 자신이 누구이든 어떤 주제로든 말이다. 때론 가볍게, 때론 진지한 주제로, 또 누군가는 자신의 블로그를 지키기 위해서 하루하루 써 내려갈 뿐일 수도 있겠다. 언어와 글은 도구일 뿐이고 다양한 목적을 위해 작성된다. 타인을 재밌게 하려고 또는, 단지 함께 공감하기 위해서, 위로받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누구든지 글을 쓸 수는 있어도 누구나 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 역시 목적을 가지고 글을 쓴다. 비록 스위프트코딩이라는 이 블로그의 글 대부분은 감성 한 방울도 더 할 필요 없이 쓰면 될뿐인 것처럼 보일지라도 전체를 어떻게 구상해야 할지 고민하고, 어떻게 해야 오류가 없을지 테스트도 해본다. 하지만 필자가 그런 메말라 보이는 글이나 코드만 작성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가끔 영어번역 일을 하면서도 의미전달에 신경 쓰는 것은 당연한 데다가 항상 한국어 독자로서의 처지에서 생각하며 번역물이 분명하고 자연스럽게 읽히도록 노력하는데 감성이 더해진 글은 한층 더 소중해지고 독자와의 공감은 그 글을 살아있게 만든다..
최근 필자가 시청한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예쁜 작화와 서정적인 OST가 덧입혀진 감동 스토리로 그런 감성공감이라는 목적을 이루어내 많은 이들의 추천을 받은 작품을 만났는데 『바이올렛 에버가든』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바이올렛 에버가든이 말도 못하던 어린시절부터 싸움을 잘하는 군대의 전쟁도구였고 감정이 없다는 캐릭터 설정은 시즌1 내내 중간중간 손가락을 오글거리게 하는 중2병스러움이 있어 거부감이 드는 것 정도가 필자가 느끼는 가장 크게 와닿는 단점이라 할 수 있다.
꼭 군인과 전쟁을 엮었어야만 했는지는 아쉬운데 그 때문에 애니메이션 내내 그런 분위기가 지배적이긴하다. 한 때 징집되었던 군필자로서 군대나 군인이란 그렇게 단순히 차갑거나 멋들어진 존재가 아닌 것을 알기때문에 더욱 거부감이 드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렇기는 하지만 무감정의 주인공이 인간적인 감성을 따라 성장해가며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리기엔 세간에 통용되는 딱딱한 이미지의 군인만큼 적절한 것도 없다고 생각했을 테지. 그렇게 심장이 없는 도구로써 차가운 인간병기였던 전직 군인과 자동 수기인형이라는 현재 주인공을 이르는 명칭에서오는 기계적 요소는 ‘감정제로’라는 시작점으로 출발하기 적절할 것이다.
그녀가 절대복종으로 따르던 상관에게 마지막 명령과 함께 들었던 그녀를 사랑한다는 말, 그 말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사랑을 이해하고 싶어서 자동수기인형이라는 대필작가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그렇게 명령밖에 모르던 무감정의 소녀가 서서히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해해가며 성장하는 과정을 이 애니메이션이 그리고 있다.
종식된 전쟁으로 더 이상 필요없어진 자신을 차라리 버려달라던 그녀. 바이올렛 에버가든 그녀의 행동은 딱딱하고 말에는 감정이 없어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기 일쑤다. 명령만 따르면 그만인 군인의 삶, 감정을 표현할 필요 없던 보고서를 습관처럼 작품의 시작에서부터 작성하던 그녀였지만 따스한 인간미는 처음부터 그녀 안에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선물받았던 브로치, 상관의 눈빛을 닮은 브로치로 대표되고 그를 향한 정체 모를 그리움이 꾸준히 그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인간의 감정, 타인의 그것을 도무지 공감할 수 없지만, 그 자신 또한 인간인 바이올렛 에버가든. 자신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감정의 정체와 사랑한다는 말의 뜻을 이해하기 위해 자동수기인형으로서 여러 의뢰인을 만나고 서서히 그들에게 동화되어간다.
‘자동수기인형 서비스’, ‘자동’, ‘수기’, ‘인형’. 그들이 행하는 서비스는 그 이름과는 걸맞지 않게 인간적이다. 감정이라고는 완전히 배제되어있을 것 같은 기계이름, 그런 기계적인 차가움 속에서도 인간적인 감성이 발휘된다. 대신 편지를 전한다 하지만 그들은 의뢰인의 말을 그대로 전하는 것이 아닌 의뢰인의 의도를 인간적인 마음으로 간파해내고 그 마음을 대신 글로 표현해 전해주는 것이다. 편지를 전하는 단순한 메신저로서가 아닌 진심이 담긴 메시지를 전하는 인간, 그들이 CH우편사의 자동수기인형들이다.
감정을 이해해가는 과정이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다. 수많은 적군의 생명을 빼앗았던 살인 도구로써의 과거를, 감정을 깨우쳐갈수록 그 씻을 수 없는 죄업을 마주할 수밖에 없게 되고 그로 인해 자신의 온몸이 불타고 있음을 깨닫게되어 바이올렛은 스스로 모순에 괴로워한다. 사람의 목숨을 거두었던 그 두 손, 이제 와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편지를 쓸 자격이 있을까? 그녀도 누군가를 사랑할 자격이 있을까?
자신이 상관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조차도 몰랐던 바이올렛 에버가든, 헤어진 후에서야 사랑했음을 알게 된 그녀의 사랑을 그녀는 다시 만날 수는 있을 것인가? 이 애니메이션의 결말을 미리 아는 것은 무의미할 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전하려고 하는 것은 애니메이션의 결말에 있지 않을 테니까. 바이올렛의 성장과 함께 그녀와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 그 자체가 이 애니메이션을 시청할 충분한 목적이 될 수 있으며 그것이 에피소드 하나하나에 스며들어있으니 그대로 느끼면 될 뿐이다. 당신에게도 그것이 잘 전달된다면 시나리오 작가의 목적 또한 달성된 것이리라.
바이올렛 에버가든 뿐만 아니라 그녀가 만나는 의뢰인들의 감정을 하나하나 공감해가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조차 할 수 없는 아픔을 이해한다면 이 애니메이션을 시청한 뒤 당신의 가슴이 시리울 것이다.
블로거들은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글을 쓴다. 사실적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든, 일순간의 즐거움을 표출하기 위해서든 길거나 짧은 글을 어쨌든 쓰게 된다. 진심어린 글쓰기에는 많은 열정과 공감대가 필요하다. 심지어 감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것만 같은 업무보고서 같은 서식에도 쉽게 읽히기 위한 간략함을 담기 위해 고민했던 작성자의 열정이 녹아있으리라.
CH우편사의 자동 수기인형들이 의뢰인을 이해하고 그것을 편지로 옮겨 그들의 감정을 편지로 전달하듯 우리 블로거들 또한 자신의 글이 어떻게 읽힐지 독자의 입장을 인간적인 마음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상기해보자. 그런 진심이, 열정이 독자들에게 전해지면 그들은 당신의 글에 찬사를 보낼 테니까. 우린 그렇게 글을 쓰고 읽으며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애니메이션 바이올렛 에버가든을 시청하면서 나 또한 자동수기인형처럼 사람을 위한 글쓰기, 가슴을 울리는 감성이 가득 담긴 글을 쓰고 싶은 마음에 도취될 수밖에 없었다. 내 안 깊은 곳에 내가 아직 깨우치지 못한 그 무엇이 있으리라 믿고 싶다.
이제는 먼 추억 속으로 아련히 떠나버린 타이프라이터(기계식 타자기)의 둔탁한 기계소리 또한 애니메이션내내 아날로그적 감성을 흔들어 놓는 점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바이올렛 에버가든이 의뢰인에게 파견 나갈 때 사용하는 것과 이 애니메이션 중간중간 등장하는 타자기는 옛시절 실존했던 제품을 참고했는데 이제 내 위시리스트 품목 중 하나이기도하다. 이 타자기들은 UNDERWOOD 사의 Typewriter 모델 들로 미국 옥션사이트에서 중고로 구매가능하다. (뭐지? 이 광고스러운 끝맺음은?)